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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을 위한 변명 / 김영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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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기영 댓글 0건 조회 12,960회 작성일 15-06-24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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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 겨울은 얼마나 냉정한가. 지난 가을 마당에 조성한 잔디가 꽁꽁 얼었다. 아직 제대로 착근하지 못한 탓에 잔디가 땅에서 붕 떴다. 잔디를 밟으니 쑥 내려가는 느낌이 들 만큼 땅에서 들려 있다. 가을에 심을 때는 제대로 착근하는 듯했는데, 겨울이 되니 아직 부실한, 정착하지 못한 상태를 여실히 드러낸다. 모래를 한 차 주문하여 잔디 골 사이에 뿌려주고 다시 밟아주기로 한다. 그러니 좀 안정이 되는 것 같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마구잡이로 마당에 잔디를 심었더니 겨울이 되니 부실한 점이 여실히 드러나는 것이다. 그냥 그대로 방치해 두면 땅에서 들려 말라 죽는다는 전문가의 조언을 듣고 급하게 모래로 덮은 작업을 하고 있다. 생의 엄정함을 다시 느끼게 된다. 겨울이라는 시련을 견디지 못하고 중도에 말라 죽는 식물들이 얼마나 많은가. 내가 키우는 몇몇 화초도 서둘러 실내로 옮겼다. 생은 그렇게 만만한 게 아니다. 겨울은 옥석을 가리는 생의 등용문이라는 말에 동의한다. 그러나 생의 겨울은 시련이지만 얼마나 큰 축복인 것이냐. 겨울이 있어 삶은 얼마나 더 진지해지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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