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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풍장-이용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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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기영 댓글 0건 조회 5,200회 작성일 15-06-09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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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 문화는 시대와 처한 환경에 따라 각양각색으로 나라마다 다르다. 일반적으로 땅에 묻는 매장이 대세를 이루지만, 풍장하는 풍습도 없지 않다. 풍장은 사체를 바깥에 버려두어 비바람에 자연히 없어지게 하는 장사법을 일컫는 것으로 지상이나 나무 위, 암반 등과 같은 자연상태에서 유기시켜 자연적으로 소멸시킨다. 이런 과정에서 시체는 짐승의 먹이가 되기도 한다. 시인은 멸치의 풍장을 포착한다. 다양한 종류의 멸치떼가 값이 매겨진 채 속히 팔려가기를 기다리고 있다. 수많은 멸치떼가 한 곳에서 풍장을 당하고 있지만 저마다 어디론가 팔려가서는 누군가의 식탁에 오르게 될 것이다.

 

멸치는 소나 돼지 같은 가축처럼 어쩌면 풍장 당하여 사람의 생명을 이어가는데 한 몫 하는 것이 저들의 궁극적인 사명일 터(인간중심주의적 관점에서는). 그래서 열심히 바다를 헤엄치고 살을 늘여서 때깔 좋은 몸의 풍장으로 누워 있는 것이 삶의 완성인가. 그러나 사람은 한 평생 살다가 풍장으로 또 다른 생명체의 양식이 되었다고, 그것이 생의 궁극적 목적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멸치의 삶은 단순하다. 육체만으로 살아도 되기 때문에. 사람은 무엇으로 살아야 하는가, 이것이 유사 이래 종교인과 철학자, 문학가의 화두이고, 인문학의 영원한 테마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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